예리코성의 함락
요르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군대는 가나안 땅에 진을 치고 예리코를 정벌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미 홍해를 건너고 이집트를 수몰시킨 여호와의 백성에 대한 소문은 예리코를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예리코 성벽을 따라 하루에 한 번씩 성벽 주위를 돌았다.
그리고 7일째 되는 날, 일곱 번을 돌더니 뿔나팔을 불고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예리코 성벽은 손 하나 대지 않았는데도 기적같이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예리코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기적이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물리적 법칙들이 관여되어 발생한 현상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그 물리 법칙을 모르고 볼 때는 기적이지만 그 원리를 알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것이다.
공진 현상 (Resonance) 가설
실제로 현대 건축의 견고한 구조물들이 이처럼 무너지는 일들이 실제로 있었는가?
현대 역사에서 타코마 다리(Tacoma Bridge) 붕괴는 건축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것은 다리의 흔들림과 바람에 의한 주기적 진동이 증폭되어 에너지가 응집되어 나타난 붕괴사건이었다.
그때 이 메커니즘의 핵심이 바로 공진(Resonance)과 비틀림 진동 때문이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있는데
앙제 다리(Angers Bridge) 붕괴 (1850년, 프랑스)
프랑스 군인 478명이 앙제(Angers)의 현수교를 건너고 있었고 군인들은 발을 맞춰 행진했다.
군인들의 규칙적인 발걸음 주파수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며 공진(Resonance)이 발생했고 다리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고, 결국 강철 케이블이 끊어지며 다리가 붕괴하여 226명이 사망했다
브로턴 현수교(Broughton Suspension Bridge) 사건 (1831년, 영국)
약 74명의 군인이 발을 맞춰 다리를 건너던 중, 다리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며 한쪽 고정 장치가 뽑혀 나가는 사고였다.
일정한 리듬의 발소리에 의한 공진이 증폭되면 아무리 견고한 건축물이라도 붕괴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공진 가설을 염두에 두고 예리코 성벽의 붕괴 원인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해수면보다 낮은 연약 지반
먼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리코 지역의 지반이 어떤 지반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예리코는 예루살렘에서 동북동 쪽으로 22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텔 에스 술탄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근처의 툴룰 아부 엘 알라이크는 1세기에 예리코가 있던 장소로 여겨진다.
아열대 기후 지역인 예리코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지대인 요르단 지구대(Jordan Rift Valley)에 위치하며
해수면보다 250미터쯤 낮은 지대에 위치한다.
이곳은 거대한 지각판이 만나는 지점으로, 역사적으로 지진 활동이 빈번했다.
고대 예리코 (텔 에스 술탄)는 오랜 세월 동안 흙벽돌 집들이 무너지고 그 위에 다시 지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형성된 구릉(Tell)이다. 이 기반은 암반이 아니라 느슨한 퇴적물과 인공적인 흙벽돌 잔해로 이루어진 연약 지반이다.
여기에 더해 성경 기록에 따르면 당시 요르단강은 언덕까지 물이 넘쳐흐르는 범람기였다.
강물이 범람하면 인근 예리코 지역의 지하수위(Water table)는 급격히 상승한다.
예리코의 하부 지층은 물을 가득 머금은 포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상태의 흙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입자 사이사이에 물이 가득 차 있어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액상화 현상 (Soil Liquefaction)
더군다나 이스라엘 백성이 요르단 강을 건널 때 하느님께서는 범람하는 강물의 상류를 막아 이스라엘 백성이 마른 땅을 건너게 하셨다.
지질학적 메커니즘으로 보면, 범람하던 강물이 갑자기 상류에서 막혔을 때 일어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간극수압(Pore Water Pressure)의 급격한 상승:
요르단강은 요르단 골짜기의 배수구 역할을 한다.
엄청난 양의 물이 범람하다가 갑자기 흐름이 차단되면, 주변 지층으로 스며들었던 물들은 빠져나갈 곳을 잃고 지하수층에 거대한 압력을 형성한다.
예리코의 연약 지반 속에는 이미 범람으로 인해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강물이 멈추자 이 물들은 땅속에서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흙 입자 사이사이를 강력하게 밀어내는 간극수압을 극대화한다.
이는 지반이 액체처럼 변하기 직전의 임계 상태를 만들었을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이스라엘 군단의 6,000명에서 최대 2만 명의 병력이 일정한 속도와 리듬으로 이곳을 행진했다는 사실이다.
칠일 간 한 바퀴씩, 그리고 마지막날에는 집중적으로 일곱 번을 행진했고 마지막 순간에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앞서 언급한 물기를 가득 머금은 연약한 지반에 이제 수만 명의 발구름 진동과 마지막 날의 함성이라는 일정한 주파수의 진동이 가해지게 되면 일어나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연약 지반에 진동이 전달되면 흙 입자 사이의 물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입자들을 밀어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지반은 고체의 성질을 잃고 순식간에 액체(Liquid)처럼 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액상화 현상이다.
토양 액상화의 가장 무서운 점은 붕괴 직전까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반 내부에서는 이미 물과 흙이 뒤섞이며 붕괴를 준비하고 있지만, 성벽 위에 서 있는 자들은 땅이 액체로 변하는 그 찰나까지 자신들의 발밑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만 명의 무게와 진동,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이 내지른 함성에 의한 고주파는 일시에 성벽의 붕괴를 일으켰을 것이다.
칠일 간의 행진은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했을 것이며 그들은 성벽의 균열이나 지반의 진동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성벽을 방어하기 위해 더해졌을 방어용 무기와 투석용 돌들, 그리고 성벽에 집중된 병력은 성벽 붕괴의 또 다른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존 가스탕(John Garstang)이나 캐슬린 케년(Kathleen Kenyon) 같은 고고학자들의 발굴 결과, 여리고의 성벽은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쓰러져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것은 밖에서 성벽을 밀어서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지반이 무너지면서 성벽이 바깥쪽으로 쏟아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흙벽돌 성벽 아래의 돌기초 부분이 액상화로 인해 흔들리면서 상부 구조물을 지탱하지 못한 물리적 결과와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라합과 그의 친족들이 있었던 다락방은 붕괴되지 않았던 것일까?
일반적으로 옆으로 길게 쌓은 성벽 구조물과는 달리 격자 형태의 목재로 구조물이 구성된 사각 형태의 방 구조물은 액상화로 인한 지반의 침하나 흔들림에도 무너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했을 것이다.
사각 형태의 선박 구조물이 해양의 너울성 파도에 견디는 것처럼 라합이 있었던 사각형태의 방 구조물은 상자 효과(Box Effect)에 의해 무너지지 않고 진동에 버텼을 것이다.

결 론
우리가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성경에 기록된 예리코 성벽의 붕괴가 허구나 신화적 허풍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과학적 사실의 기록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의 개입은 전혀 없었던 것인가?
우리는 알지 못하는 이 메커니즘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군대에게
이러한 전략을 지시하신 것이 바로 최고의 신의 개입이었다고 봐야 한다.
이것은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가?
그렇다.
예리코 성벽이 주는 교훈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래와 배후에 대해 모든 것을 아시고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의 지시와 인도에 순종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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